Chaeng
만들수록 손해인데 27년째 생산을 멈추지 않는 분유

만들수록 손해인데 27년째 생산을 멈추지 않는 분유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가진 아이들은 모유도 일반 분유도 마실 수 없습니다. 매일유업이 1999년부터 적자를 감수하며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온 이유와, 국내 희귀질환 식품 공급망의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봤습니다.

No.1089

기업은 이익을 위해 제품을 만듭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1999년부터 지금까지, 만들수록 손해가 누적될 수 있는 제품을 멈추지 않고 생산해 온 회사가 있습니다.

매일유업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그 제품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소비자들을 위한 분유입니다.


모유도 일반 분유도 마실 수 없는 아이들

갓 태어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일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입니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에게는 그 평범함이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습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이 아이들은 모유나 일반 분유 안에 들어 있는 특정 영양소를 몸에서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합니다. 일반인이라면 자연스럽게 분해되고 사용되어야 할 성분이, 이 아이들의 몸속에서는 그대로 쌓입니다. 그리고 그 축적이 계속되면 성장이 멈추거나, 심각한 경우 신경계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쉽게 이해하기

우리가 고기나 달걀 같은 단백질 음식을 먹으면, 몸은 이것을 잘게 쪼개 아미노산으로 만듭니다. 이 아미노산은 효소라는 생체 도구를 통해 몸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뀝니다.

그런데 선천성으로 특정 효소가 없거나 부족하게 태어난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효소가 담당하는 아미노산이 분해되지 못하고 혈액이나 조직에 계속 쌓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페닐케톤뇨증(PKU)이라는 질환을 가진 아이는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합니다. 이 아미노산은 고기, 생선, 우유, 달걀, 심지어 쌀밥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뇌와 신경계에 심각한 영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단풍당뇨증(MSUD)은 류신·이소류신·발린과 같은 가지사슬아미노산 대사가 어렵고, 호모시스틴뇨증은 메티오닌이라는 아미노산의 처리가 문제가 됩니다. 질환에 따라 제한해야 하는 성분이 다르고, 식이 관리 방법도 전혀 다릅니다.

중요한 점: 이 글에 나오는 의학 정보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질환별 식이 관리는 매우 복잡하며, 환자나 보호자가 이 글만 보고 제품을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영양 전문가의 지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왜 질환마다 다른 분유가 필요한가

일반 분유는 건강한 영유아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고르게 공급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아미노산이 고루 들어 있고, 이는 건강한 아이에게는 이상적인 영양원입니다.

하지만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에게는 바로 그 아미노산이 문제입니다.

단순히 분유를 묽게 타거나 양을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특정 아미노산을 덜 섭취하면 다른 필수 영양소도 함께 부족해집니다. 결국 문제가 되는 성분만 정밀하게 제거하거나 최소화하고, 나머지 성장에 필요한 비타민·미네랄·열량은 별도로 보충한 제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각 질환마다 제거해야 하는 아미노산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특수분유'로 모든 질환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페닐케톤뇨증 환아에게 맞춘 제품을 단풍당뇨증 환아가 먹을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제품들은 기호식품이 아닙니다. 의료진의 진단과 관리 아래 사용하는, 치료에 준하는 특수의료용도 식품입니다.


일반 분유 공장을 멈춰야 시작되는 생산

매일유업에 따르면, 회사는 1999년부터 선천성 아미노산 대사이상 질환자를 위한 특수 유아식 8종 12개 제품을 공급해 왔습니다.

이 제품들을 만드는 과정은 일반 분유를 만드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일반 분유와 특수분유가 단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특정 아미노산을 제한해야 하는 환아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수분유를 만들기 전에는 생산설비 전체를 정밀하게 세척하고 소독해야 합니다.

매일유업은 매년 두 차례 일반 분유 생산을 약 열흘간 중단하고 이 과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설비를 세척하고 원재료를 준비한 뒤, 질환마다 배합이 다른 제품을 순서대로 만들고, 제품을 바꿀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8종 12개 제품을 소량씩 나누어 만들어야 하니 공정의 효율은 대량생산과는 거리가 멉니다.


팔수록 이익이 아니라 부담이 커지는 구조

제조업에서 이익을 내려면 대량으로 만들어 단가를 낮춰야 합니다. 하지만 특수분유의 수요는 구조적으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은 희귀질환에 해당합니다. 국내 환자 수는 질환마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간 생산량이 극히 적을 수밖에 없고, 대량생산의 경제성은 처음부터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생산 비용은 일반 분유보다 높지만, 환자 가정 대부분은 경제적 여유가 넉넉하지 않습니다. 희귀질환 가정이 이미 여러 의료비 부담을 지고 있는 현실에서, 식품 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리기도 어렵습니다. 일부 제품은 국가 희귀질환 지원 사업과 연계되어 있어 가격 결정에 제약이 따르기도 합니다.

일반 분유 생산을 멈추는 동안 발생하는 기회비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 기간 동안 만들 수 있었던 일반 제품의 생산량이 그대로 손실이 됩니다.

구체적인 연간 손실 금액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자료가 없어 이 글에서 추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수익보다 비용이 크다는 구조는 업계에서 공공연히 인정되는 사실입니다.


국내 특수분유 시장, 매일유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매일유업이 유일하게 특수분유를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남양유업 역시 오랫동안 특수한 의료·영양 목적의 제품을 생산해 왔습니다. 남양유업은 1985년부터 특수분유 연구와 생산을 이어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소수의 환아를 위한 제품을 수십 년간 생산해 왔다는 사실은 먼저 분명히 인정해야 합니다.


두 회사 제품군의 공통점과 차이

두 회사의 제품군은 모두 '특수분유'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각각이 담당하는 질환과 영양 설계의 방향이 다릅니다.

남양유업의 주요 특수 제품군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남양유업 공식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임페리얼 XO 알레기: 갈락토스혈증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 임페리얼 XO 이른둥이: 미숙아·저체중 출생아 등 일반 영아와 다른 영양 설계가 필요한 경우를 위한 제품입니다.
  • 임페리얼 XO 닥터: 일반 분유 섭취가 어려운 영유아를 위한 특수 조제식 제품군입니다.
  • 케토니아: 난치성 뇌전증 환아의 케톤 생성 식이요법을 지원하는 액상형 영양조제식품입니다. 남양유업은 200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국내 유일 액상형 케톤 생성식이라고 공식 소개하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의 핵심 제품군은 이와 다른 영역에 집중합니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대표 공익 제품군은 각각의 아미노산 대사장애에 맞춰 특정 아미노산을 제품별로 제거하거나 조정한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입니다. 8종 12개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수요가 극히 적은 질환까지 개별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아래 표로 두 회사의 대표 제품군을 비교해봤습니다.

구분매일유업 대표 제품군남양유업 대표 제품군
주요 대상아미노산 대사이상 질환 중심갈락토스혈증, 미숙아, 일반 분유 섭취 곤란, 뇌전증 케톤 생성식 등
영양 설계 방향질환별 특정 아미노산 제거·조정질환 또는 임상 상황별 영양 조정
제품 구성8종 12개 다품종 소량생산여러 임상 목적의 특수 조제식 생산
대체 가능성동일 목적의 다른 특수분유로 단순 대체하기 매우 어려움제품별로 다르며, 케토니아 등 독자성이 높은 제품도 존재
공통점수요와 수익성이 낮더라도 환아를 위해 장기간 생산 지속동일


'대체제가 없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

인터넷에서 이 주제를 검색하면 "대체제가 없다"는 표현을 자주 만납니다. 이 말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다음처럼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 "매일유업 제품은 세계 어디에도 대체품이 없다."
  • "남양유업 제품은 모두 매일유업으로 대체할 수 있다."
  • "국내에서 매일유업만 모든 종류의 특수분유를 생산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매일유업의 아미노산 대사이상 질환별 조제식은, 같은 질환에 맞춘 동일한 설계의 제품이 국내에서 사실상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매일유업 생산이 중단된다면, 환자 가족은 수입 의료용 식품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입 대안이 존재하더라도, 가격·배송 기간·재고 불안정성·질환별 배합 차이 등의 문제가 즉각적이고 완전한 대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신생아나 영아처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특수 조제식을 먹어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남양유업의 케토니아나 갈락토스혈증용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제품들 역시 해당 환자에게는 일상적인 식생활의 기반이며, 다른 목적의 일반 특수분유로 단순히 교환할 수 없는 의료 목적 식품입니다.


1999년부터 이어진 생산과 환자 가족 지원

매일유업은 1999년 이 제품군을 처음 출시한 이후, 2026년 현재까지 생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회사는 제품 공급 외에도 PKU(페닐케톤뇨증) 가족캠프 등 환자 가족을 위한 지원 활동을 병행해 왔습니다. 같은 질환을 가진 아이들의 보호자가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온 것입니다.

이런 활동이 단순한 홍보 이벤트가 아닌 이유는, 이 질환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얼마나 고립되기 쉬운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주변에 같은 상황의 가족이 없고, 외식 한 번도 마음 놓고 하기 어렵고, 여행지에서 아이가 먹을 음식을 미리 챙겨야 하는 일상이 계속됩니다.


한 기업의 선의에만 맡겨도 되는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기서 나옵니다.

매일유업의 선택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소수 환자를 위한 필수 의료용 식품의 공급이 한 기업의 결단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과연 충분한가, 라는 질문은 따로 해야 합니다.

의약품처럼 사회적 필수성이 높은 품목은 국가가 안정적인 공급망을 설계합니다. 그런데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용 특수 식품은, 지금도 상당 부분 제조 기업의 자발적 의지에 기대고 있습니다.

만약 어느 해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합병이나 구조조정이 생기거나, 공장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국내에서 해당 제품을 대체 공급할 다른 경로가 즉시 작동할 수 있는지, 수입 의료 식품의 신속 통관과 급여 체계가 갖춰져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희귀질환 식품 공급망은 기업의 선의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제도적 안전망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매일유업이나 남양유업을 비판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두 회사가 그 공백을 오랫동안 메워왔기 때문에 이 문제가 더 잘 보이는 것입니다.


맺음말: 누군가의 매일 한 끼였다

"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매일유업이 이 사업을 설명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1999년부터 2026년까지. 매일유업이 지켜온 것은 분유 매출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특정 아미노산을 분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매일 먹어야 하는 한 끼였고, 그 한 끼가 없으면 성장이 멈출 수도 있는 아이들의 하루였습니다.

남양유업이 1985년부터 지켜온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케토니아 한 팩이 없으면 발작이 조절되지 않을 수 있는 아이들의 식탁이었습니다.

이 두 회사의 노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노력이 한 기업의 선의에만 기대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와 사회의 관심이 함께 따라와야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이 글에 포함된 제품 정보와 기업 현황은 각 회사의 공식 발표 자료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제품 선택의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의 식이 관리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영양 전문가의 지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수분유#선천성대사이상#매일유업#희귀질환#특수의료용도식품#남양유업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